(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는 지난 4일과 9일 에크렘 카라데니즈 유엔군 사령부 소속 네덜란드 왕립 육군 소령이 센터를 방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방문은 센터가 추진 중인 ‘앙카라학원 아카이브 수집 및 콘텐츠 제작’ 연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수원학연구센터는 한국전쟁 당시 수원에 세워졌던 튀르키예군의 교육시설 ‘앙카라학원(앙카라고아원, 앙카라학교)’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앙카라학원은 한국전쟁 당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해 튀르키예군이 설립한 시설로, 수원 지역 전쟁사와 국제 교류사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은 상징으로 평가된다.
카라데니즈 소령의 할아버지는 1950년부터 1951년까지 한국에 주둔하며 여러 전투에 참전한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특히 수원에 있었던 앙카라학원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카라데니즈 소령의 가족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본인까지 3대가 모두 군 복무를 하며 참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카라데니즈 소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수원과 튀르키예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되새기고 관련 기록을 직접 공유했다.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통해 앙카라학원 설립 배경과 튀르키예의 문화를 설명했다.
그는 “튀르키예에서는 아이들을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전쟁 중에도 군인들이 아이들을 정성껏 돌본 이유”라며 “고아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학원이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아버지의 참전 경험은 제게 큰 영향을 줬고, 그 기억과 존경심이 한국에서 근무하게 된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카라데니즈 소령은 한국전쟁 참전 당시 할아버지가 촬영한 사진 40여 장과 본인이 수집한 옛 터키 뉴스 기사 등 자료 50여 종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각각 제1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할 당시 지니고 다녔던 부적(에뮬렛)도 포함돼 있다. 카라데니즈 소령은 이 부적을 물려받아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으며, 이날 행사에서 직접 가져와 소개했다. 특히 부적을 감싸고 있는 튀르키예 국기 모양의 주머니는 앙카라학원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것으로, 더욱 뜻깊은 의미를 더했다.
그는 현재 앙카라학원과 튀르키예 참전용사 관련 자료 수집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전쟁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 서호초등학교에서 앙카라학원과 튀르키예군의 활동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으며 앙카라형제회 회장과도 만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바 있다.
수원학연구센터 관계자는 “카라데니즈 소령의 방문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역사적 실마리를 복원하는 의미있는 만남이었다”며 “수원에 남아 있는 앙카라학원의 흔적을 되새기고,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관련 아카이브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