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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 속 방치된 아이들, 파주시가 나섰다

학교·학원도 멈춘 그 시각, 갈 곳 잃은 청소년들
모바일 채팅·게임 등 범죄 노출↑…돌봄 사각지대↑
위기청소년 찾아 골든타임 잡는 청소년안전망팀
상담부터 경찰·돌봄시설 등 연계…작은 관심이 중요


 

(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 지난해 4월 파주경찰서에서 A양을 처음 만났어요. 경찰과 어른들 사이로 앳된 여자 아이가 불안한 듯 서 있었죠. 사례관리사인 저는 따로 아이를 불러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동안 학교는 다니지 않았고, 혼자 고시원에서 살았대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코로나19로 그만두면서 갈 곳이 없어서 경찰서까지 오게 됐대요. 우선 아이가 잘 곳이 필요하니 쉼터로 연계해 줬어요. 그 아이가 지금은 기숙사가 있는 인력개발원에서 스마트네트워크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이 다음에 대학도 가고, 작은 회사에 취업해서 정직원이 되고 싶대요.

위 사례의 A양은 단 한번도 대학 진학을 꿈 꿔 본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까지 그만두게 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병원비는커녕 당장 먹을 것도, 잘 곳도 없어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파주시 청소년안전망팀(이하 안전망팀)에게 연락한 파주경찰서의 관심으로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됐다.

안전망팀은 A양처럼 위기상황에 처한 청소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거주지가 필요하면 쉼터 등을 연계하고, 공부를 하고 싶으면 검정고시 등을 지원하고, 취업을 위한 진로체험이나 인턴쉽 과정을 연계하고, 가정 내 불화 등 문제가 있으면 상담도 진행한다. 쉽게 말해 위기를 겪는, 혹은 겪을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할 기관을 연결하거나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A양도 안전망팀을 만난 후 쉼터로 연계돼 의식주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5개월 후 쉼터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무단퇴소 등 위기를 겪었지만, 지속적인 상담과 진로체험 인턴쉽 과정을 통해 학업에 대한 의욕도 생겼다. 이후 경기인력개발원 면접을 함께 준비해 합격했다. 코로나19로 입학 지연과 쉼터 생활 부적응의 어려움이 생겼을 때는 경기북부자립지원관과 연계해 고시원비용을 지원받았다. 그 외에도 병원비, 식대 등을 지원받는 등 A양이 인력개발원 기숙사에 입소한 2월 16일까지 다양한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여느 학생처럼 공부하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A양에게 안전망팀은 부모같고, 친한 친구같다. 그때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혼자 버티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는 A양은 ”진짜 매일 감사드린다“며 ”요즘 당당하고 늠름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부모도 언니도 있지만 기본적인 돌봄조차 받지 못한 A양,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1년 새 자살, 성매매 피해 등 고위기 청소년 50여명 발굴

안전망팀이 A양을 포함해 위기청소년으로 판단해 관리하고 있는 아이들은 현재 50여명에 달한다. 파주시가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청소년안전망팀’을 꾸린 지 겨우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발굴한 수치다. 문제는 이들 중 80% 정도가 ‘고위기’라고 불릴 정도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 이들은 자살이나 성매매 피해자, 정신질환 등 어른들도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놓여 있다는 게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다.
 
안전망팀이 진단하는 ‘위기청소년’은 만 9세 이상부터 만 24세 미만 청소년 중에서 가출이나 학업중단·성매매·약물 오남용 등 비행 및 범죄, 우울·불안 등 심리적 장애, 가족적·교육적·사회적 위기에 처해있거나 그러한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을 의미한다.  

파주시는 이런 위기청소년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관계부처와 민간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안전망팀’ 선도사업 취지에 공감했다. 이에 동참하고자 공모에 신청했고, 사업에 선정된 후 전담공무원 3명과 사례관리사 3명을 배치한 전담팀을 꾸렸다. 특히 사례관리사는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고 관련 경력 2년 이상의 청소년전문가로 구성했다. 

이들은 팀이 꾸려진 지난해 4월부터 직접 파주 시내뿐만 아니라 일산, 의정부 등 인근지역을 발로 뛰며 3개월여간 안전망팀의 존재를 알려왔다. 위기청소년 보호의 시작은 발굴에 있고, 모두의 관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전망팀의 긴급조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청소년 미혼 부부’의 사례도 한 행정복지센터의 의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지난해 9월 20일, 파주시 문산읍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은 이 청소년 미혼 부부의 사연을 청소년안전망팀에 전했다. 18세 B군과 17세 C양 사이에는 1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둘 다 부모로부터 돌봄이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고, 학교를 다니지 않고, 원룸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미성년자라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도, 집 주인과의 갈등이 있을 때에도 나서주는 어른 하나 없었다. 육아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 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이의 치료는 엄두도 못냈고, 아이 엄마인 C양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창 예민한 청소년들이기에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청소년안전망팀에게 상황을 공유했다. 이후 안전망팀은 실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유관기관과 협업해 집주인과의 갈등을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 LH전세임대대출을 신청해 아파트로 이사하게 도왔다. 아이 양육에 필요한 놀이용품과 유모차를 지원했고, 아이 수술비 지원과 B군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계약서 작성을 도와주는 등 재정적으로 자립하도록 도왔다. 

이후 B군은 가장으로써 책임감을 갖고 착실히 일하면서 휴무일을 사례관리사에게 알려주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C양은 자녀 양육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정서적인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 주변의 관심으로 위기에서 구해...골든타임 지켜

이렇듯 안전망팀은 기존의 다양한 기관들을 연계하고 청소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 사후 관리를 한다. 때문에 함께하는 기관들도 많다. 교육청, 지방경찰청, 지방노동청 등 지방 관계기관부터 보건소, 각급 학교, 청소년 위기예방센터, 청소년관련시설, 학교밖 청소년 지원센터, 고용복지센터, 경찰서 등이 대표적이다.

제공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의식주 등 기초 생계비와 숙식제공 등 생활지원부터, △건강검진 및 치료 등 건강지원,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교육서비스, △지식·기술·기능 등 능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자립지원, △폭력·학대 피해 청소년을 위한 법률 상담 및 소송비용과 같은 법률 지원, △심리·사회적 측면의 상담에 필요한 비용 및 서비스와 같은 상담 지원, △수련활동·문화활동·교류활동과 같은 청소년 활동지원, △그 외에 청소년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외모 및 흉터의 교정이나 교복 지원 및 수학여행비 지원까지도 가능하다.

이미 안전망팀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여성인권센터, 경찰서, 교육지원청, 보호관찰소 등 다양한 기관과 업무 협조를 맺고 있다. 때문에 청소년이 겪고 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해 누구든 연락만 하면, 청소년전문가인 사례관리사와 담당기관 실무자들이 상황을 진단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처럼 파주는 지역 내 부처와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짧은 시간에 청소년 위기관리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통합사례관리사는 ”여성가족부 선도사업이지만 교육지원청과 경찰서, 복지정책국 등의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보다 많은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고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빠른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위기 상태로 그치고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골든타임과 그것을 지키려는 모든 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아이들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변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때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자살사고 및 인터넷 중독으로 학교 내 드림스타트에서 사례관리를 받고 있던 D양은 14세가 되면서 관리가 중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안전망팀으로 연계됨으로써 심리 상담을 계속 받게 됐고, 1남 5녀 중 둘째로써 받는 형제돌봄에 대한 스트레스도 개인 여가활동을 통해 해소하고 진로탐색 시간을 가져 전문의로부터 자살사고와 우울감이 감소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우울감이 감소한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안전망팀 사례관리사는 ”위기 청소년의 사례는 특별하지 않다. 누구든지 발견할 수 있고 지금도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한 여자아이는 함께 살던 외할머니가 사망한 후 혼자 살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고 있었지만 민간단체의 관심으로 우리에게 알려줬고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례관리사는 ”코로나19로 위기 청소년은 더 많아지고 있다. 실제 교회나 경찰서, 학교 등에서 지원 요청이 많이 온다. 방학이 장기화되면서 사례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서 ”부모님이 실직을 해서 경제활동을 못하게 됐지만 집도, 차도 있어서 복지지원을 받지 못해 병원도 못가는 사례가 의외로 많았다“고도 설명했다.

또 파주 내에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에는 피해 청소년이 머물 수가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해 안전망팀이 나서서 골든타임 전에 아이를 타 시·군·구 쉼터로 연계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성범죄 발생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때문에 안전망팀은 올해 중·고등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중독)을 예방하고 사이버 성폭력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을 전문기관에 위탁해 실시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문 심리검사 기관과 연계해 청소년의 개인별 문제행동 특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사회성인성 검사 및 진로탐색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위기청소년 발굴 및 사업 홍보를 위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파주경찰서, 학교밖청소년센터 등과 연계해 위기청소년 예방 아웃리치 사업도 진행한다.


■ 파주, 8만여 청소년의 꿈을 지원합니다

나아가 파주에 사는 청소년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프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는 게 최종환 파주시장의 뜻이다. 

취임 후 청소년문제를 담당하는 체육과를 둘로 나눠 보육청소년과를 신설할 정도로 청소년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최종환 시장은 곧 파주의 청소년 8만여명이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최종환 시장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청소년기를 겪는 것 아니냐“면서 ”그 시절에 누군가가 잘 인도해 준다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그만큼 사회에 기여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선순환 과정을 만드는 것은 가정과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다. 지자체도 함께 나서야 한다“면서 ”보육청소년과를 신설해 보육과 지원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한 것도 그 일환이고, 청소년 위기문제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고자 시범적이고 선도적으로 안전망팀을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파주에서는 청소년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가정에서만 책임지지 않고, 사회와 지자체에서 함께 풀어간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종환 시장은 ”청소년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진로와 직업을 제시해주는 도시, 그러한 지원 시스템과 교육 훈련을 하는 기관과 시설을 연결하는 파주로 만들고 싶다“면서 ”지역사회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만들어 청소년에게 친화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