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질’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정치권과 공공기관, 그리고 일상 곳곳에서 반복되는 갑질 논란은 시민들에게 분노보다 깊은 피로감과 허탈함을 남긴다.
문제의 당사자는 매번 다르지만 유사한 장면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되고 왜 갑질은 사라지지 않는가?
최근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적 지위가 높을수록 언행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는지를 보여주었고 강선우 의원 사례 역시 권한과 관계의 불균형 속에서 상대가 느끼는 압박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조직 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어디까지여야 하는지를 사회에 묻는 계기가 됐다.
이 논란들의 핵심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권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고 있는가에 있다.
갑질은 특정 개인의 성격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권한이 책임이 아니라 우위로 받아들여질 때 그리고 그것을 제어할 문화와 구조가 부재할 때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에 가깝다.
이 문제를 중앙 정치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싶지 않다. 시민 일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권한은 국회나 장관의 자리보다도 오히려 우리 동네 행정과 현장에서 행사되는 권한이기 때문이다.
작은 결정 하나, 짧은 말 한마디가 시민 삶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 바로 기초 행정의 현장이다.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시민들로부터 전해 듣는 이야기들은 크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말 한마디가 너무 모욕적이었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괜히 문제를 제기했다가 불이익을 받을까 봐 참았습니다.” 등의 말들은 대개 조용히, 조심스럽게 전해진다.
그러나 그 속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권한 앞에서 사람은 쉽게 작아진다는 사실이며 그렇기에 이 문제는 언제나 권한을 가진 사람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나는 시의원으로서 내 말과 판단, 그리고 행정에 대한 요구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 부담이나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늘 경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정당한 점검과 책임 요구가 결코 불편한 힘이나 우위의 행사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반복해 묻고 있다.
갑질은 남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에게서부터 그리고 내가 속한 조직 안에서부터 단호히 차단하고 경계해야 할 문제다.
권한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는 원칙을 나는 시의원의 책무로 분명히 새기고자 한다.
안양시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지향해 왔다. 이 말이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행정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부터 존중이 느껴져야 한다.
직급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대하는 문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 문제 제기를 보호하는 분위기가 행정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
결국 핵심은 제도보다 권한을 대하는 자세다. 권한은 편의가 아니라 책임이며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그래도 되는가?’를 먼저 묻는 태도가 있을 때 갑질은 예방될 수 있다.
시의원으로서 분명히 말하고 싶다. 갑질 없는 안양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는 말투 하나, 익숙해진 지시 하나가 쌓여 행정의 신뢰를 결정한다.
이제 갑질 논란을 또 하나의 뉴스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우리 행정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사람이 먼저 존중받는 안양, 말보다 태도로 신뢰를 증명하는 안양. 그것이 지금 안양이 선택해야 할 방향이며 내가 시의원으로서 끝까지 지켜가고자 하는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