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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음 속 거리두기를 좁혀나가는 것이 주민자치의 길이다

김영택 수원시의회 의원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가 어색하지 않은 단어들이 되었지만,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어 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 우리 내 생활 모습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이사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하게 되면 내 이웃들에게 시루떡을 돌리며 인사를 하고 정을 나눈 던 시절이 불과 몇 십년전 일이다. 

만약 지금 이사 떡을 돌린다면,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가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만연한 거리두기로 인해 아예 문을 열지 않거나 받지 않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이사 떡을 돌릴 생각을 하지 않을뿐더러 내 옆집, 앞집의 사정과 상황에 대하여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주민자치회를 통한 숙의민주주의가 과연 잘 일어 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숙의민주주의를 이루어 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들이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인터넷의 빠른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의 발달이 직접적인 접촉이 줄어드는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발달로 자리 잡힌 언택트 문화를 통해 사회 문제의 대중적 고민이 온라인상에서 증가하고 핸드폰 보급과 앱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정치에 대한 정보와 반응이 빨라지는 것을 볼 때, 고대 그리스의 정치학자들이 염려하던 숙의민주주의의 물리적인 한계가 비로써 과학과 기술로 극복되어 지고 내 옆집과 직접 만나거나 왕래하지 않지만 누구나 사회 문제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 환경의 변화를 위해 수원시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변화시켜 주민자치회를 도입하고자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주민자지회가 지금의 생활환경과 변화된 주민들의 상황을 반영하여 잘 운영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변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하여 발전시킨다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에 주민자치회의 변화와 주민 생활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여 수원시 주민자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주민자치회가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라진 가장 큰 변화는 주민자치회의 구성이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의 문제와 현안에 관심 있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주민자치회는 여러 연령대의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내부 및 외부의 추천을 통해 주민자치회 참여자를 선정하여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도록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더 많은 다수의 참여자들이 주민자치회에 들어와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는 기본적 숙의민주주의의 기조를 따라 변경된 것으로 참여자들의 다양성이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지역 문제에 앞장서서 일하던 분들과 새로 주민자치회로 들어와 지역 문제에 대한 다른 의견을 제시 할 때 서로 의견 일치나 합의를 이루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의견이 발생하는 것이 숙의민주주의가 이루고자 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숙의민주주의는 의사결정 결과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의사 결정 과정 자체에 초점을 두고 여러 사람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가장 민주적으로 대안을 결정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견 불일치로 인하여 여러 번의 회의와 논의가 반복되는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 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의견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지역 문제에 주민들이 참여가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주민자치회가 궁극적인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만,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해서 합의를 이룰 것 인 가가 가장 큰 핵심이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인식과 각 행정 관할의 지원과 시각도 변화되어야 한다. 지금 주민자치회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주민자치회 위원들에 대한 권한 정립과 주민자치회 운영을 위한 예산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실질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공론화하여 지역 주민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일종의 주민자치기관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위원으로 선정되어 일하는 분들에 대한 권한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와 지역 주민들은 주민자치회의 위원들의 권한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지방의원들처럼 투표로 선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주민자치회 위원들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위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교육이 병행되어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주민자치회 위원들에게 어떤 권한과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 각 지역 주민들 스스로 정립해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주민자치회의 운영에 있어서 예산 분리는 주민자치회 참여 위원들뿐만 아니라 각 행정복지센터, 구, 시가 함께 고민해야할 주요 문제 중 하나이다. 과연, 주민자치회가 운영됨에 있어 어떠한 예산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주민들과 행정 기관의 생각의 차이로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자리 잡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주민자치회의 자립성을 위해 주민자치회의 자체 사업을 진행 하도록 하는 것에는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역할에도 여러 어려운 점들이 있는데 운영 또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운영을 위한 예산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행정이 담당해야 할 부분을 너무 주민자치회에 자치적 해결이라는 명목 하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주민자치회는 그 역할과 목적을 정립해 나가고 주민들의 인식과 참여를 높이 일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운영 예산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면, 지역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전에 주민자치회의 존폐 문제가 먼저 거론될 수 도 있다. 따라서 행정적 처리나 운영, 예산, 관리에 있어서는 주민자치회의 원활한 안착을 위해서는 행정 기관의 보조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의 지역 문제 참여를 위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를 위한다면, 행정기관은 그에 맞는 인프라를 제공하여 주민자치회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주민자치회가 안정적인 괘도에 올라섰을 때 자체적인 예산 마련이나 행정적 운영을 요구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내 옆집, 앞집에 누가 사는지에 대한 관심은 줄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듣는 수많은 사회 문제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이중적 사회 환경의 갭을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가교역할을 해서 주민들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높여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간다면 숙의민주주의에 한 발짝 더 다가 갈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회의 발전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직접적인 사회적 거리는 점점 여러 이유로 멀어지고 있지만 주민자치회의 활발한 활동으로 주민들의 마음 속 거리두기가 좁아지고 함께하는 문화가 자리 잡힌다면 민주적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