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안양문화예술재단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6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6th Anyang Public Art Project, 이하 APAP)가 오는 17일부터 12월 15일까지 개최된다.
이번이 6회째인 APAP는 국내 유일의 국제 트리엔날레이자, 한국의 공공예술을 선도하는 행사로서, 올해엔 ‘공생도시’(Symbiotic City)라는 대주제와 ‘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라는 부주제로 안양예술공원(옛 안양유원지)와 평촌중앙공원에서 개최된다.
이번 APAP6는 서울국제조각페스타,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경주국제레지던시아트페스타 등의 전시감독을 역임한 김윤섭 예술감독이 프로젝트의 총괄기획을 맡았다.
김 감독은 선임 당시 ‘공생도시’를 주제로 내세웠던 이유로 안양뿐 아닌 현대사회의 여러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경계와 그늘의 문제점을 언급한다. 특히 옛것과 새것, 구도심과 신도심, 원주민과 이주민 등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대립하는 상충적인 문제점들을 “문화적 상생에너지로 지속 가능한 해결방안 구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APAP6에서는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사회적 가치’ 등의 세 가지 방향성에 주목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먼저 환경적 이슈로서 최근 인류의 공동 선결과제인 미세먼지에 대한 이슈를 제시하기 위해 아티스트이자 이노베이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네델란드 단 로세하르데(Daan Roosegaarde)의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를 평촌중앙공원에 선보인다.
또한 문화적 가치에 대한 관점으로 안양예술공원의 활성화와 방문객들이 일상적 예술을 느낄 수 있도록 2018 평창동계올림픽 상징조형물 <하나 된 우리>로 주목받았던 문주 조각가의 <지상의 낙원>을 존치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사회적 가치의 차원에서는 APAP6 전체의 흐름을 엮는 주제전시를 마련했다.
안양파빌리온에서 진행되는 APAP6 MAIN EXHIBITION <내일 보다 나은>전의 제목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내일 보다 나은 ~’이 수식하는 명사 자리에는 그 무엇도 들어갈 수 있으며, 그 상상력 속에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자연, 문화에 대한 질문과 답을 스스로 찾아가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질문과 고민이 하나로 모여 이번 APAP6는 모두가 긍정적인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 모든 의미를 담아 “공생도시-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를 기획했다.
이처럼 공공예술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에서부터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작품과 프로그램들이 준비된 이번 APAP6에는 7개국 47인(팀)의 작가가 12개의 세부 프로젝트를 통해 100여점의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부 작품은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안양예술공원 내에 존치되어 시민들의 계속된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APAP6 홈페이지과 (재)안양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PAP6 ‘공생도시’를 통해 ‘안양, 함께하는 미래’를 만들다”
제6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 이하 APAP6)의 주제는 ‘공생도시(共生都市ㆍSymbiotic City)’이다. 부제는 “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이며,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더불어 더 나은 삶을 지향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양(安養)의 명칭이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극락정토의 세계’라는 불교용어에서 비롯했다는 점과 결부시키면 그 의미가 남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보다 본격적인 이유는 한때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환경 훼손으로 몸살을 앓았던 안양시가 예술을 통해 도시를 재생시키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원천적인 갈등 해소를 위해 APAP를 개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이번 APAP6 ‘공생도시’는 이러한 의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공생도시’는 각각 ‘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라는 3개의 소주제로 나눠 기획됐다.
각각의 세부적인 프로젝트들의 종합은 ‘예술+테크놀로지+도시+환경’ 등의 공생 관계를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예술을 매개로 한 보다 나은 내일의 비전’을 지향하고자 하는데 있다. 각 카테고리에 대한 개념과 상징색 등 자세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안양의 지명에서 유래한 ‘지상낙원’의 전통적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다목적 문화쉼터가 될 문주ㆍ천대광 작가의 조각 설치작품, 안양예술공원 내의 상가와 안양 연고 작가의 전시인 안양작가프로젝트, 공공미술에 대한 편안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시민참여 프로젝트 등이 해당된다. 메인컬러는 안정의 녹색이다.
현대도시 안양시민의 삶에 주목하고, 보다 ‘나은 현실의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 소개된다. 프랑스 조르주 루스 작가의 ‘삶’에 대한 착시공간회화 작품, 경계없는 소통과 교감을 전하는 싱가포르 리웬 작가의 둥근 탁구대 작품, 반려견을 테마로 확장된 공생의 의미를 전하는 윤석남의 야외설치, 팬스와 트리아트로 도시재생 의미를 되새긴 스트리트아트 프로젝트, 지난 APAP를 조망한 리뷰기획전 등이 해당된다. 메인컬러는 열정의 핑크이다.
공공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새로운 비전의 담론을 옮긴 작품과 전시가 소개된다. 미세먼지라는 구체적인 공공의 환경이슈로 공생 메시지를 전하는 네델란드 단 로세하르데의 스모그프리타워 프로젝트, 국내외 주목받는 7인의 아티스트 작품으로 ‘공생도시’를 해석해낸 주제전,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 공공미술 정책포럼>과 연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의 공동주최로 ‘도시재생 관점의 공공미술’을 가늠하는 국제심포지엄 등이 해당된다. 메인컬러는 희망의 노랑이다.
“공공예술의 메카 안양, APAP를 통해 공공예술의 과거와 미래를 읽다.”
현재의 APAP 프로젝트는 명목상의 한국 공공예술의 중심축이 아닌 실질적으로 도시재생 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산실이기도 하다. 과거 안양예술공원은 옛 안양유원지로서의 기능과 명성이 퇴색되고 난개발 문제와 지역 불균형 발전에 따른 사회적 갈등에 처해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안양의 도시개발 계획과 어느정도 연동된 문화적 기회균등과 동시에 균형 개발, 신재생 문화운동의 한 축으로서 시작된 것이 APAP출발의 의미이며 올해로 여섯 번째 행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APAP의 예술감독과 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5년 1회 이영철 감독의 ‘역동적 균형’,
△2007년 2회 김성원 감독과 공동기획자 프랑크 코트로ㆍ김승덕의 ‘전유ㆍ재생ㆍ전환’
△2010년 3회 박경 감독의 ‘새 동네: 열린 도시에서’
△2013~14년 4회 백지숙 감독의 ‘퍼블릭 스토리’
△2016년 5회 주은지 감독의 ‘APAP5’
△2019년 6회 김윤섭 감독의 ‘공생도시’
2년 또는 3년에 한 번 개최된 APAP 주제 혹은 명칭의 변천에서 나타나듯, APAP는 최초 도시 개발적 관점으로부터 보다 많은 문화향유기회의 확산 혹은 문화적 가치공유의 관점으로 변화를 모색해왔음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APAP의 과거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도시의 변화 혹은 사회적 여건의 변천을 읽을 수 있다.
APAP6에서는 이와 같은 안양의 발전과 변화에 발맞춰온 APAP의 흐름과 흔적을 되짚어 보고, 지속적인 공공예술의 가능성과 미래를 가늠하고자 두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먼저 APAP의 흐름을 다시 보고, 듣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재탐색의 장인 ‘APAP 리뷰기획전_지금 여기, APAP’이다. 김중업 건축 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에는 APAP1-5의 기록물, 아카이브 파일의 열람, 이전 프로젝트 작품들의 모형을 선보인다. 그 외에도 역대 APAP 예술감독들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시는 4팀의 작가(김혜련 · 서울과학사 · 제로랩 · 프로젝트레벨나인)가 참여했다.
두 번째로 APAP6는 국제심포지엄 <공공예술, 또 다른 비전>을 진행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19년 공공미술 정책포럼>과 연계해 개최되는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 5인을 초청해 공공미술의 현황을 공유하고 논의를 통해 한국형 공공미술의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포럼은 국제적인 공공예술프로젝트의 트랜드를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APAP가 안양과 한국의 대표 프로젝트를 넘어 세계 속의 공공예술프로젝트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APAP6 오픈을 기념해 1차 포럼은 안양예술공원 내 블루몬테에서 10월 26일에 진행되며, 2차 포럼은 12월 6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공공예술을 통해 미래 환경과 한국 사회의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다.”
APAP6는 내용에 있어서 ‘예술+테크놀로지+도시+환경’ 등의 공생 관계를 되짚어보고, ‘예술을 매개로 한 보다 나은 내일의 비전’을 지향한다. 또한 작동의 원리에 있어 공공미술의 순기능은 무엇이며, 수요자 입장에서 공공미술을 어떻게 향유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원론적인 고민을 던지고자 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전시 중 하나인 APAP6 주제전은 이와 같은 의미에서 APAP6 전체 프로젝트의 흐름을 엮고 중심을 잡는다. 관람객을 중심점으로 도시, 테크놀로지와 환경, 예술, 지난 APAP의 접점들 사이에서 ‘공생도시’ 혹은 ‘공생’, ‘안양’에 대해 묻고 ‘이것들이 어떻게 관계하고’ ‘관계될 것인가’라는 질문과 고민을 담아냈다.
먼저 APAP4 이후 도서관 플랫폼으로 운영되어온 안양파빌리온의 기능을 이용하여‘공생도시’라는 주제에 맞푼 북큐레이션이 진행되며 동시에 기존의 서가를 새롭게 단장한다. 이에 더불어 도서관 플랫폼의 필요 요소인 테이블과 의자의 형태를 빌려 고기라는 매개와 공동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잭슨홍 작가의 육형암(肉刑巖) 작품은 일견 유쾌하면서도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그 이외에도 카트야 노비츠코바(조각), 오리올 빌라노바(퍼포먼스), 구안 시아오(영상미디어), 실리아 에런스(음향설치), 임영주(영상미디어), 최원준(사진설치)의 작품들은 안양 시민들과 관람객들이 머물면서 예술과 지식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성을 구현함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미학적 가치를 제시한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고민 또한 전시의 부제에서 들어난다. ‘내일 보다 나은’이 수식하는 명사 자리에는 그 무엇도 들어갈 수 있다. 다양한 방식의 작업들의 경험 속에서 그간 봐오지 못하던 다양한 ‘것’들을 느낌으로서 자유로운 상상력과 가능성에 대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이번 APAP6의 주제의식을 잘 담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다. 최근 들어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언급되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네델란드 단 로세하르데의 ‘스모그 프리 프로젝트’ 중 하나인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선보인다. 세계 최초의 ‘공기정화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작품은 전세계에 2대 밖에 없는 작품으로,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병합된 새로운 차원의 작품이다. APAP6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특허를 받은 ‘스모그 프리 타워’의 기능적 역할이나 국제 디자인 어워즈를 휩쓸어온 이 작품의 미학적 영역에 대한 고려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으나 그 근간에는 우리 스스로와 우리 사회에게 인류의 생존 또는 지구와의 공생이라는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 있다. 이처럼 평촌중앙공원에 약 7미터의 높이에 아름다움을 뽐내며 설치되어 있는 스모그 프리타워를 보며 우리는 공공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과 비젼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공공예술, 시민들에게 한발자국 더욱 다가가다.”
APAP6 프로젝트의 주요무대인 안양예술공원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안양과 서울을 잇는 도심 한복판의 경수대로로부터 한 구역 안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이 한 구역의 차이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도심의 모습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안양예술공원 사이의 극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이렇게 보면 안양예술공원 자체가 ‘공생도시’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APAP6에서는 이 변화의 길 사이에 집중했다.
이 길의 시작점에는 최근 착공한 대형 아파트 단지의 공사장 가림막과 약간은 어지러이 심어져 있는 가로수들이 있다. 최근 정부 기관에서 도시미관을 위해 깨끗하게 제작된 펜스를 세우도록 강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커다란 벽 자체가 주는 느낌은 차가움 혹은 경계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또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울긋불긋한 정체불명의 형형색색의 가로수 털옷 입히기(그래피티 니팅)의 결과물들은 어찌보면 시각적 폭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APAP6에서는 이 도시와 자연 사이의 간극과 무질서한 색의 남용 속에서 공공예술의 무대를 발견했다. 바로 공사장 가림막과 가로수 털옷이며, ‘스트리트아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획됐다.
먼저 APAP6에서는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위치한 GS건설로부터 펜스를 프로젝트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협의를 얻어냈으며, 이 공간을 3명의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풀어냈다. 박지혜와 김상윤 작가는 각각 본인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에서 펜스와 그 기묘한 통로를 이어낼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공사장 가림막이라는 제약조건 인해 시트지 프린트를 통해 표현된 각각의 작품들은 각각 현대인의 사적 공간과 공존, 그리고 상호간의 작용에 대한 시각화와 안양예술공원이 주는 비시각적 감각에 대한 패턴 작업으로 표현된다. 또한 유명 웹툰 작가인 김양수는 안양과 안양예술공원 그리고 APAP에 대한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태의 웹툰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들은 어쩌면 그간 안양예술공원 방문객들에게 주던 괴리감의 간극을 줄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예술의 공간으로 이해될 것이다.
그 다음의 APAP6의 안양예술공원의 풍경에 대한 접근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가로수 털옷 입히기(그래피티 니팅, 이하 ‘트리아트’)에 있다. 매년 만안구청에서 진행해온 ‘트리아트’는 긍정적인 의도와는 달리 뚜렷한 미적 방향성의 부재로 인해 시각적 차원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이를 해결하지 못해왔던 숙제를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와의 협업으로 해소하여 서로 공공예술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성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안호은 교수의 총괄 기획과 만안구의 협업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안양예술공원 입구에서부터 가장 안쪽의 가로수까지 약 1.6km에 걸쳐 진행되었다. 단순한 색의 반복과 작은 장식적 요소의 변화를 통해 표현된 조화와 다양성의 표현은 새로운 거리 예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APAP6 거리의 모습을 확연하게 변화시키는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설치 작업 또한 선보인다. 독일 <포데르 프레이스(Forder Preis 2005)>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한국으로 귀국하여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전문적인 영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천대광 작가의 작품이다.
옛 안양유원지 시절 존재하던 만안각 수영장 부지에 남겨진 잔해들과 흔적은 그간 안양예술공원 방문객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소였다. 길이만 약 25m 이상에 달하는 이 구간은 어둡고 음침한 산 아래의 폐가와 같은 느낌을 주곤 했기 때문이다. 유년기를 안양에서 지낸 작가는 본인의 추억이 깃든 이 곳의 변모로부터 안양유원지와 공유되었던 정신적 공간의 파괴를 경험하였고, <너의 거실-생의 한 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그래고리안 챈트에서 차용한 이 작품의 부제에 걸맞게 마치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색감과 죽어있던 공간을 시민들이 새로운 방식과 접근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죽어 있던 공간을 재탄생이 아닌 새로운 생으로 치환함으로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과 삶의 의미 속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동시에 시각적 미감과 공공예술 특유의 기능적 요소 등이 모두 집약된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개의 프로젝트들은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공공예술로서, 방문객들에게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앞으로 안양예술공원의 명소로 역할할 이 작품들을 많은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함께 즐기며 교감할 수 있는 유희적 공공미술을 만나다.”
APAP6에 설치된 작품 중 유독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있는데, 바로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의 <안양 2019>와 싱가포르 작가 리웬의 <핑퐁 고-라운드>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누구나 작품 속에 들어가 작품과 교감하고,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선 루스의 <안양 2019>는 사방을 둘러보며 숨겨진 글자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일명 시점의 차이를 이용한 ‘착시공간회화’로 이름난 루스 작가는 안양박물관 옆 하천변에 사방 5미터 크기의 입방체를 활용한 대형 작품을 선보였다. 멀리에서 보면 붉은 색 사각큐브에 검은 색의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며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다보면 어른거리던 줄무늬 검은 사선 패턴이 중첩되면 한글단어 ‘삶’이 나타난다. 마치 무심결에 스치듯 지나치는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삶의 참다운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듯하다. 루스 작가는 이 한 글자를 통해 안양시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평범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조르주 루스의 <안양 2019>는 사방 5미터 크기의 정육면체 틀을 세운 후, 수백 개의 긴 각목을 일정한 간격의 사선으로 정렬시켜 박스로 완성했다. 각목의 틈새 공간으로 햇살과 바람이 통과하는 열린 구조물이 한쪽에 문을 만들어 드나들 수 있고 안쪽에서 바깥의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휴게 및 놀이 공간 역할도 겸한다.
다음으로 안양파빌리온 앞의 벽천광장 투명 에어돔에 설치된 리웬의 <Ping- Pong Go-Round> 역시 상식을 뒤엎는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존의 탁구 형식과 규칙을 새롭게 해석해 ‘더 넓은 대화와 소통의 가능성’을 대중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상대와 마주보며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대결구도의 직사각형 탁구대를 도넛 모양의 둥근 테이블로 재탄생시켜 성별, 연령, 신분에 관계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더 자유롭게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의 장을 열어준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1998년 4월 호주 멜버른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그 후 싱가포르 미술관(2012), 쿠알라룸푸르 트리엔날레(2013), 이스탄불 ARTER(2015), 프랑스 릴(2015) 등에서 선보여진 리웬의 대표적인 아트프로젝트이다. 올해 작고한 리웬 작가의 이번 APAP6 에디션 작품은 행사 이후에도 안양파빌리온 안에 전시될 예정이며, 투명에어돔 안에 설치되어 관람객들이 직접 탁구를 칠 수 있도록 설치된다.
“안양예술공원에 시민을 위한 진정한 문화쉼터를 꿈꾸다”
이번 APAP6에는 안양이라는 지명의 유래인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쉬게 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 여럿 전시된다. ‘공생도시’라는 주제부터가 안양의 뜻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작품들 중에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품 중 하나가, 안양파빌리온 바로 맞은편에 설치될 문주 작가의 <지상의 낙원(Elysium)>이다. 이 작품은 APAP1의 작품으로 설계, 시공된 알바로 시자의 안양파빌리온의 곡면과 연동되어 동양적 유연한 선을 가진 반원형의 형태를 띈 가로 15미터 세로 3.5미터 크기의 반원 형태로 제작된다. 커다란 크기에 걸맞은 위용을 자랑하기보다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 안양예술공원 관람객들의 성향과 필요성을 기능적 미감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공생도시’의 의미와 맥락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주변과의 조화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 또한 공생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안양의 삶·공간·변천사 등이 함축된 지도와 형상을 지붕에 투각하여 그 그림자가 햇빛에 투영되도록 연출했다.
이 <지상의 낙원> 작품은 APAP1의 알바로 시자가 건축한 안양파빌리온과 마찬가지로 특정적인 기능을 강제적으로 부여하기 보다는 안양예술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원하는 목적에 다양한 형태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기획되었다. 때로는 공연장, 때로는 소모임 장소, 때로는 휴게공간 등 다양한 색을 입을 수 있을 것이며, 안양 시민들의 문화나 생활양식 등의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그 곡선과 같이 유연하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안양예술공원에서 시민들에게 널리 사랑받을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작품처럼 커다란 외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안양예술공원이라는 하나의 커뮤니티에 공공예술 프로젝트로서 중요한 기획전시도 동시에 진행된다.
안양예술공원에는 약 150여 곳의 상가와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데, APAP6에서는 이곳들 중 19곳의 상가 및 상점과 연계된 전시기획 ‘안양작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다른 프로젝트들의 지역 상가 혹은 상점들의 단순한 전시형태가 아니라, 안양연고 작가공모와 전시를 위한 장소의 선정을 위해 몇 달간의 준비 기간을 가진 것은 물론 작가와 공간 운영자와의 수차례의 기획회의 및 작업실 방문 등의 과정을 거쳐 기획된 전시이다.
이와 같은 세밀한 과정들을 통해 APAP6에서는 기존 상점 및 상가의 구조를 변경하고, 전시를 위한 구조물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을 원활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새로운 공간적 감수성을 탄생시킨 이번 ‘안양작가 프로젝트’는 안양예술공원을 빈번히 찾는 지역 시민들뿐 아니라, 처음 공원을 찾는 관람객들에게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주요 무대이기도 한 예술공원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APAP6, 동행과 동반의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 선보여”
APAP6가 내세운 ‘공생도시’에 대한 이야기 중 하나를 ‘반려 문화’로 풀어낸 전시도 마련된다. 최근의 사회적 흐름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상호의 작용에 대한 즐거움일 수도 있으며, 부정적 교감에 대한 상쇄의 측면에서 보자면 현대인의 감정적 교감의 결핍에 대한 작용으로서의 반려 문화를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APAP6에서는 안양박물관 앞 안양사 터에 윤석남 작가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APAP 이전에 몇몇 프로젝트들에서 선보여진 적이 있으나, 이 작품 본연의 의미 자체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1025마리 전체를 한 자리를 한 자리에서 개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첫 사례’라고 작가가 언급할 정도로 남다른 의미의 전시가 진행된다.
이 작품은 윤석남 작가가 무심하게 버려진 유기견 1025마리를 키우게 된 이애신 여사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으며, 이는 소비자본주의 문화사업의 문제점, 잉여인간 혹은 잉여생명체에 대한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거친 삶을 환기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APAP6에서는 이 작품을 긍정적 감정에 대한 환기로 풀어낸다. 한국에서 손꼽힐 정도의 명당인 안양사 터의 양지바른 곳, 또 다른 면으로는 초등학교 등학로 겸 가족 나들이 명소이기도 한 장소에 1025마리의 유기견 조각을 자유롭게 설치하여 어린아이들에게 교감, 애정, 보살핌, 인애지심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동시에 미취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체험과 참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함으로서, 이 작품의 의미와 사회적 함의를 극적으로 풀어내고자 했으며, 이는 공공예술프로젝트 본연의 역할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APAP6는 이처럼 ‘공생도시’를 통해 다양한 전시와 작품의 설치를 통해 표현해내기도 하지만, 다양한 시민들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윤석남 작가의 작품을 활용한 APAP6_참여프로그램뿐 아니라,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홈페이지 (재)안양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