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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기도 건축학 풍경 6선…경기관광공사 추천 12월 가볼만한 곳

''그림처럼 아름답고 작품처럼 예술적인, 경기도의 건축학적 풍경''

(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건축물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건물이 올라간 땅이, 건물을 지은 사람의 철학이, 건물이 들어선 시간이 다르기에, 모든 건물은 각자의 히스토리를 지닌다. 어떤 미술관은 “나는 심플하다”라고 말하던 작가의 그림을 닮았고, 어떤 정자에서는 조선의 위대한 왕이 흐뭇하게 바라보던 200여 년 전 풍경이 겹쳐 보인다. 직선의 미학이 돋보이는 사찰부터 최근에 지어진 공공도서관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경기도의 뛰어난 건축물을 만나본다. 건물에 깃든 옛사람들의 흔적 위에 장소를 향유하는 오늘날의 발자국이 포개지니, 경기도의 건축물은 오늘도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가는 중이다.

◆ 장욱진 그림을 닮은 순백의 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 공공도서관의 세련된 진화 <용인 남사도서관>
◆ 미려함이 곧 적을 이긴다 <수원 방화수류정>
◆ 맞배지붕에 깃든 단순한 선의 미학 <안성 칠장사>
◆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 <하남 구산성지>
◆ 애틋한 첫사랑을 닮은 간이역 <남양주 능내역>


장욱진 그림을 닮은 순백의 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새파란 하늘 아래 순백의 집, 동화 속 그림 같은 정경이다. 티 없이 순수하고 더없이 평화롭다. 어린아이 같은 그림을 그린 장욱진의 작품세계와 똑 닮았다. 장욱진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와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나무·집·아이·새 등 일상적 소재를 담박하게 그리며 순수한 내면세계를 추구했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건축적으로 풀어냈다. 작가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프로 한 건물은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받고, 영국 BBC의 ‘위대한 8대 신설미술관’에 선정되는 등 수많은 매체에서 주목받았다. 지붕과 외벽을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통일한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웅숭깊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조금씩 달리하는 비정형의 건물에는 골똘히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내부는 또 어떤가. 직사각형 형태의 보통 미술관과 달리, 중정과 각각의 방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화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한옥의 구조를 닮았다.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꺾어진 계단은 미술관의 비정형적 조형미를 보여준다. 커다란 창 또한 아름답다. 흰 벽에 창으로 들이친 빛이 길게 내리면, 빛도 그림을 그린다. 현재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불사선不思善 : 선善도 악惡도 아닌>은 장욱진 예술의 대표적 화두인 ‘불사선’을 바탕으로 장욱진을 포함한 세 거장의 작품을 소개한다. 2층 상설전시실의 <채움의 방식> 전시에서는 장욱진이 화폭에 그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만나본다.

주소 :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문의 : 031-8082-4245
운영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1월 1일⁃설날 및 추석 당일 휴관(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관)
홈페이지 : https://www.yangju.go.kr/changucchin


공공도서관의 세련된 진화 <용인 남사도서관>

용인 처인구의 한 아파트 단지 옆에 자리한 남사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세련된 진화를 보여준다. 2018년 9월에 개관한 도서관은 ‘일상의 적층’이라는 개념을 건축에 도입했다. 열람실과 자료실이 분리된 기존 도서관과 달리, 열람·학습·휴식 등 도서관의 다양한 기능을 분리하지 않고 켜켜이 중첩시켜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형 열람석이다. 소극장 관람석 같은 열람석은 층과 층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아늑한 독서 라운지이자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쉼터가 된다.

산 능선을 닮은 검은 지붕에 고내식성 강판을 쓴 외관은 도서관보다는 모던한 현대미술관에 가까워 보인다. 세련된 분위기는 내부로 이어진다. 칸막이 하나 없이 시원시원하게 트인 개방형 구조를 중심으로, 높은 층고와 천장의 레일 조명이 감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근처에 남사화훼단지가 있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원예 특화 도서관으로 운영하는 만큼 초록 식물을 곳곳에 배치, 플랜테리어 북카페가 부럽지 않다. 건축미를 인정받은 도서관은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 국토교통부 장관상, 제24회 경기도 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부문 금상 등 굵직한 건축상을 받았다. 도서관 바로 앞에 한숲물빛공원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수변공원이 있다. 2층 창가 앞 열람석에서는 책에서 창으로, 창에서 공원으로 시선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한숲로 61
문의 : 031-324-4735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22:00, 토~일요일 09:00~17:00, 첫째⁃셋째주 월요일⁃1월 1일⁃설⁃추석 연휴⁃공휴일 휴관
홈페이지 : https://lib.yongin.go.kr/namsa


미려함이 곧 적을 이긴다 <수원 방화수류정>

동양 성곽의 진수라는 평을 받는 수원화성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정자가 있다. 화홍문 동쪽 언덕의 방화수류정이다. 방화수류정은 1794년(정조 18년), 화성 동북쪽 요충지에 군사지휘소로 세운 동북각루의 별칭이다. 용두바위에 우뚝 세운 각루는 ‘ㄱ’자형 평면에 북쪽과 동쪽은 ‘凸’형으로 빼내 주변을 살피고 화포를 쏘기에 적합했다. 미려함이 적을 두렵게 하여 이기게 한다는 수원화성 축성의 철학은 방화수류정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석재와 목재, 전돌이 어우러진 벽체는 위용이 넘치고, 팔작지붕을 여러 개 겹친 듯 화려한 지붕은 사방에서 달리 보인다. 반달 모양 못인 용연이 한눈에 보이는 누각은 유사시에는 군사 시설, 평소에는 풍류를 즐기는 정자로 쓰였다. 정조 역시 이곳을 사랑했다. “만 그루 버드나무 그림자 속에 화살은 꽃과 같네(萬柳陰中簇似花)” 1797년(정조 21년) 정월, 왕은 정자에서 신하들과 활쏘기를 하고 시를 지었다.

200여 년 전 정조가 흐뭇하게 바라보던 경치를 이제는 보통 사람들이 누린다. 방화수류정은 멀리서 보아도, 그 안에 있어도 눈이 호강한다. 굽이굽이 흐르는 성곽 위의 정자는 장엄하고, 정자에서 보는 용연과 수원 시가지는 시원스럽다. MZ세대에게는 감성 사진을 찍는 피크닉 장소로 통한다. 연못의 수양버들을 배경으로 피크닉 소품을 놓으면 ‘좋아요’가 찍히는 사진 완성. 어둠이 내리고 성벽을 따라 조명이 켜지면 황홀함은 배가된다. 용연에 달이 떠오르는 모습은 수원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수려하다.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392번길 44-6
문의 : 031-248-3541(수원화성 화홍문 안내소)
운영시간 :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홈페이지 : https://www.suwon.go.kr/web/visitsuwon/hs01/hs01-01/pages.do?seqNo=21


맞배지붕에 깃든 단순한 선의 미학 <안성 칠장사>

안성 칠현산 중턱에 지어진 지 1300년이 넘은 고찰, 칠장사가 있다. 이 절이 독특한 점은 대웅전 지붕이 맞배지붕이라는 것이다. 맞배지붕은 옆면이 사람 인(人)자 모양인 지붕으로, 한옥 지붕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자 간결하고 우직한 멋을 보여준다. 예산 수덕사의 대웅전, 강진 무위사의 극락전도 맞배지붕이다. 사실 대웅전은 절의 중심 전각이자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법당인 만큼 화려함을 드러내기 위해 팔작지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칠장사의 대웅전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위용은 없지만, 볼수록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질박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앞면 3칸, 옆면 3칸의 대웅전은 찬찬히 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단순한 선의 미학을 알려주는 지붕 외에 색 바랜 단청, 불화와 연꽃무늬로 채색한 내부의 우물천장도 고색창연하다.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636)에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시대에 혜소국사가 중창한 도량이다. 대웅전만큼 유명한 전각이 하나 더 있다. 암행어사 박문수의 일화가 깃든 나한전이다. 박문수가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하룻밤 나한전에서 잠들었는데, 꿈에서 시험 문제를 보고는 장원급제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서 깊은 사찰은 귀한 문화재를 다수 품었다. 절 입구의 철 당간지주는 청주 용두사지, 공주 갑사의 것과 함께 고려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문화재다. 나한전 옆의 혜소국사비는 대웅전과 더불어 절의 보물 중 하나다.

주소 :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399-18
문의 : 031-673-0776
홈페이지 : http://www.chiljangsa.org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 <하남 구산성지>

신성함이 담긴 건축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미사강변도시에 자리한 구산성지는 이 질문의 좋은 답이다. 구산성지는 103위 한국 순교성인 중 한 명인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을 포함해 9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주교 성지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당시부터 명맥을 이어온 곳으로 1980년 로마 교황청이 세계 순례성지로 선포,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성지는 입구부터 남다르다. 어른 손 크기만 한 어두운 기와를 층층이 쌓아 거대한 무덤 같은 입구를 만들었다. 고층 아파트가 빽빽한 신도시에서 200여 년 동안 천주교 교우촌이었던 구산마을로, 입구는 두 세계를 잇는 통로 역할을 한다.

성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순백의 성모상. 구산성당 초대 주임 고(故) 길홍균 신부가 꿈에서 본 성모의 모습을 김세중 화백이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심혈을 기울여 조각했다. 안당문을 지나면 소나무가 드리운 순교자 9명의 묘역과 구산성당이 나타난다. “사생간 천주교인(死生間 天主敎人)(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 구산마을에서 태어나 1839년 기해박해 때 ‘사학의 괴수’라는 명목으로 한양 포도청에 체포된 김성우 성인의 말이다. 신앙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은 성인의 비장한 결의와 달리, 오늘날의 성지는 한없이 평화롭다. 구산성당 옆 십자가의 길은 특히 고요가 짙다. 드문드문 놓인 청동 조각상을 따라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소 :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북로 99
문의 : 031-792-8540
운영시간 : 월~일요일 09:00~18:00
홈페이지 : https://www.gusansungji.or.kr


애틋한 첫사랑을 닮은 간이역 <남양주 능내역>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주민들에게 애틋한 첫사랑 같은 간이역이 있다. 어렸을 땐 친구들과 뛰노는 놀이터, 학창 시절에는 첫사랑을 힐끗거리며 통학 기차를 기다리는 설렘의 장소, 직장인이 되어서는 헐레벌떡 통근 기차를 타러 가는 목적지였던 곳. 능내역은 서울 청량리와 경주를 잇는 중앙선의 기차역이었다. 1956년 영업을 시작했지만, 중앙선 철로가 복선화되면서 2008년 폐역이 됐다. 164㎡의 아담한 역사에는 60여 년 전 간이역의 모습이 오롯하다. ‘一’자형 평면 구조의 역사는 짙은 일식 기와를 얹었다. 출입구의 뾰족한 박공지붕과 ‘삐걱’ 소리가 날 듯한 나무 문, 예스러운 역 간판에서 옛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기차를 기다리던 대합실은 능내역의 옛 풍경을 간직한 전시관이 되었다.

시간이 멈춘 듯 아스라한 역사는 특유의 향수 어린 분위기의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역을 배경으로 SNS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부터 옛 시절을 추억하는 어르신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간이역의 정취를 누린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 하나인 남한강자전거길을 종주하는 라이더들에게는 목 좋은 쉼터이기도 하다. 능내역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레트로 감성의 사진 찍기. 역사 앞 나무 벤치, 새빨간 우체통, 빛바랜 흑백사진 등 눈 닿는 곳곳이 포토존이다. 둘째, 자전거 타기. 역 근처에서 빌린 자전거로 페달을 밟으며 팔당대교, 정약용유적지 등 주변 풍경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566-5
문의 : 031-590-4245(남양주 문화관광과 관광마케팅팀)
홈페이지 :  홈페이지 : https://www.nyj.go.kr/culture/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