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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자연이 빚어낸 최고로 걷기 좋은 시흥 '늠내길'

현재 5코스까지 개설... 코스별로 특징 다르기에, 색 다른 매력 느낄 수 있어


 

(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숲, 강, 꽃, 흙이 바로 그것. 순수한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것이 걷기의 미학이듯, 걷기의 매력에 빠지면 자연을 몸의 속도에 맞춰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살릴 수 있다.


2000년대부터 웰빙이 사회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걷기 열풍이 불자, 전국의 각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걷기길을 만드는 데 고심했다. 시흥시는 걷기길이 유행하기 전, 유명 둘레길 못지않은 시흥만의 특색이 가득한 ‘늠내길’을 조성했다.


2009년에 개통된 늠내길은 햇수로 14년을 맞았다. 길의 이름은 옛 시흥의 고구려시대 지명인 ‘잉벌노(仍伐奴)’를 우리말로 풀어낸 것에서 비롯됐는데, 뻗어 나가는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잉벌노의 당시 표현인 ‘늠내’에서 따왔다.


늠내에는 씩씩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생명 도시를 넘어, 늠름한 기상과 아름다운 자연의 향이 묻어나는 도시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도심 속에 산·바다를 품고 있으며, 걷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지닌 시흥의 이미지가 늠내길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늠내길은 현재 5코스까지 개설돼 있다. 코스별로 특징이 다르기에, 서로 다른 매력을 느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전 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청명한 여름날, 바람 따라 물길 따라 늠내길 곳곳을 거닐어보자.


걸음마다 숲내음이 일렁이는 늠내길 1코스, ‘숲길’


걸을수록 가슴 가득 숲내음이 채워지는 ‘숲길’이 늠내길의 첫 코스다. 시흥시청에서 출발하는 숲길은 장현동을 지나 군자동 일대의 군자봉 둘레, 능곡동 운흥산 둘레를 돌아 다시 시청으로 되돌아오는 약 13km의 순환길로 구성돼 있다.


군자봉은 야트막한 산이지만, 이곳에는 문화유적과 함께 지역의 숨은 이야기가 풍성하다. 길가에는 왕고들빼기, 고깔제비꽃, 무릇 등이 앞 다퉈 인사하고, 계절마다 마주하는 다양한 식물들로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군자봉을 내려오면 새로운 숲길이 펼쳐진다. 장대한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 새와 매미 소리로 울울창창한 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진덕사에 닿는다. 진덕사는 석조약사불좌상이 출토돼 이를 봉안하기 위해 세워진 사찰인데, 소박한 분위기가 가득해 사색에 잠기기 더없이 좋다.


진덕사를 지나 가래울 마을과 숲과 나무가 어우러진 산봉우리를 넘나들면 어느새 도심 속에 다다르고, 숲의 끝과 도심의 시작점에는 선사시대 집자리 24기가 발굴된 능곡선사유적공원이 여행자를 반긴다. 인류가 살아온 흔적과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된 이곳이 처음엔 다소 생경할지라도, 이내 숨은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신선하게 다가올 테다.



옛 염전의 정취가 물씬한 늠내길 2코스, ‘갯골길’


내만 갯골을 끼고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옛 염전의 풍광을 누리고 싶다면 ‘갯골길’을 추천한다. 시흥의 대표 명소인 갯골생태공원을 거닐 수 있는 2코스의 거리는 약 16km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염전 바닥과 붉은 꽃밭의 절경이 인상적인 길이다.


개통 초반에는 1코스 숲길처럼 시흥시청에서 출발했지만, 세월이 흘러 시청 일대가 시흥장현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보행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걷을 수 있도록 노선을 재정비했다. 서해선 시흥시청역 3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여정을 따라가면 잘 정비된 장현천을 따라 갯골길이 펼쳐진다.


장현천 걷기길은 광활한 농경지 풍광으로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평온한 마음을 선물해준다. 호젓한 산책길이 망중한을 즐기기에도 딱 좋다.


걷기길 곳곳에 표식돼 있는 솟대와 리본을 따라가면 갯골로 이어진다. 갯골이 특별한 이유는 밀물 때 바닷물이 갯골을 따라 육지로 밀려오기에 이를 ‘내만 갯골’이라 부르는데, 경기도에서 유일하다는 점이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물창고인 이곳엔 칠면초, 나문재와 같은 희귀한 염생식물로 가득하다.


갯골길은 옛 염전의 흔적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래염전 소금창고로 이어진다. 소금창고는 최근 그 가치를 인정받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구간 내에는 전망대가 조성돼 있어, 전망대에 오르면 갯벌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옛사람의 흔적 따라 걷는 늠내길 3코스, ‘옛길’


갯골길의 강렬한 햇살을 피해 숲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옛길’로 가보자. 숲길, 갯골길에 이어 세 번째로 개통된 늠내길로, 총 길이 13km 코스다. 옛사람이 다녔던 산자락과 고갯길을 이어 만들어, 여우고개, 하우고개, 소내골, 계란마을 등 소박하고 예스러운 명칭을 지닌 길이 즐비하다.


여우가 많아 ‘여우고개’, 시흥 뱀내장이나 부천 소새우시장을 오가는 장사꾼들이 도둑을 피해 급하게 걸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하우하우’ 했다 해서 붙여진 ‘하우고개’처럼, 명칭의 유래를 미리 알고 걸으면 걷기가 한결 즐겁다.


여우고개, 하우고개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계란마을과 소산서원을 이어준다. 계란마을은 조선 세종 재위 시 영의정을 지낸 하연의 묘가 있는 곳이고, 소산서원은 하연의 향사를 지내기 위해 중건됐는데, 현재는 전통방식의 제례의식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주민들의 예절교육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걷기길 따라 소래산 중턱에 들어서면, 장군바위에 새겨진 높이 15m의 소래산마애불상입상(보물 제1324호)이 거대한 몸집으로 기개를 뽐내며 입산객을 맞이한다.


조상의 발자취가 묻어 있는 옛길은 소래산 일대의 산자락이 중심이 돼 다른 코스에 비해 난이도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옛사람의 흔적을 찾아가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숨을 고르면 쉽게 완주할 수 있다.



바람 따라 발길 닿는 대로 늠내길 4코스, ‘바람길’


자분자분 바람 따라 걷고 싶을 때는 서해안의 낙조가 아름다운 바람길 코스를 추천한다. 약 15km에 이르는 바람길은 전망 좋은 옥구공원에서 출발해 해안가를 따라 오이도길을 지나 도심 속 개천과 숲길로 이어지는 길로 다양한 색의 풍광을 선사한다.


현재는 매립된 옥구도라는 섬에 생긴 옥구공원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면, 바다와 시화방조제, 대부도가 한눈에 펼쳐진다. 옥구공원을 뒤로 하고 오이도로 향하면 덕섬에 닿는다. 똥섬이라는 별칭이 재미있는 덕섬은 갈매기처럼 다양한 새들이 날아와 똥을 많이 눈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별명과는 달리 화려하게 펼쳐지는 서해의 아름다운 경관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시흥의 서남쪽에 위치한 오이도는 해양자원이 풍부한 관광지이자, 신석기시대 패총이 대규모로 발굴된 국가사적 제441호 유적지다. 상징적인 빨간등대와 함상전망대뿐만 아니라, 선사유적공원과 오이도박물관까지 유수한 관광자원으로 가득하다. 선사유적공원을 돌며 오이도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하는 것도 추천한다.


오이도길 끝자락에는 수많은 공장이 즐비해있다. 그 사이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옥구천을 따라 걸으면, 자연 하천 못지않게 다양한 식생이 서식 중인 자연생태를 볼 수 있다. 공장을 지나면 아파트 사이사이에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가 나타나고, 함줄도시농업공원과 해안녹지를 따라 걸으면 어느새 옥구공원에 도착한다.


쉬엄쉬엄 걷기 편한 늠내길 5코스, ‘정왕둘레길’


숲길, 갯골길, 옛길, 바람길 총 4개 코스로 운영해오던 늠내길이 지난해 제5코스인 정왕둘레길을 새롭게 선보였다. 정왕동을 품은 정왕둘레길은 도시민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늠내길로, 이름처럼 정왕동의 둘레를 걷는 길이다.


정왕동에는 잘 가꿔진 녹지와 공원이 유독 많은데, 산업단지와 주거단지 개발과 함께 조성된 녹지공간이 한 세대가 지나면서 울창한 숲으로 자라준 덕이다.


시작과 끝이 만나는 13km로 순환길로, 매립지라는 특성상 지형이 평탄해 걷기에 편하다. 주변에는 지하철역(정왕역, 오이도역)이 위치하고, 옥구공원, 함줄도시농업공원 등 거점지의 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옥구공원에서 약 500m만 걸으면 곰솔누리숲으로 진입한다. 4km의 완충녹지대인 곰솔누리숲은 산업단지에서 발생된 대기오염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조성됐으며, 곰솔이 많아 곰솔누리숲으로 불린다. 주거지와 인접하고, 녹지대 간 보행육교로 연결된 데다, 단절 없이 숲길을 쭉 걸을 수 있어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곰솔누리숲을 지나면 쾌적하고 활력 넘치는 시흥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길을 지나 정왕역에 들어서면 도시 분위기가 물씬 흐른다. 편의시설을 이용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구간으로, 함줄도시농업공원과 철도변을 따라 조성된 철도녹지와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해안녹지를 걷다 보면 어느새 옥구공원에 다다른다.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매력 넘치는 늠내길


14년이라는 세월은 늠내길의 표정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여러 도시개발로 거듭 옷을 갈아입은 시흥시의 점진적인 모습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늠내길은 여전히 매력이 충분한 걷기길이다.


늠내길은 인공적인 요소가 적고, 도심 속에서 시흥이 지닌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개통 이후에도 꾸준하게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시흥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시민에게 되돌려 주고자 시흥시는 전역으로 확대되는 ‘시흥 종주 늠내길’을 기획 중인데, 머지않아 내년 가을쯤이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