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타임스 = 방재영 기자)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일상에서 장애인들의 건강을 돌본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소속 인천시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활용해 자립 장애인들이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보건복지부가 2018년 시작한 시범사업이다. 만성·급성질환이나 그로 인한 합병증과 장애 악화를 예방하고 장애 등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제도다.
“걸을 때 무릎이 아프거나 힘이 빠지지는 않나요?”
지난달 말 건강주치의 김청기 인천의원장이 자립 장애인 A(64) 씨 댁을 방문했다.
진료 장소는 식탁, 거실, 방안 상관없다. 김 원장의 질문에 A씨가 “괜찮아요”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은숙(62) 장애인활동지원사가 “걸으실 때 왼쪽 자세가 좋지 않고 손을 쓰는 것도 어려워해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앞에 턱이 있을 때는 알려드려야지 그러지 않으면 넘어져요”라고 덧붙여서 설명한다.
김 원장이 A씨에게 “한번 걸어보자”고 하자 긴장한 탓인지 평소 앓고 있던 뇌전증 증상을 보였다.
A씨가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려 진료를 이어갔다.
김 원장은 “당뇨 검사를 하느라 손가락 끝을 찔러봤는데 감각이 무딘 것을 보니 말초혈관 장애도 의심할 수 있겠다”며 “원래 있는 질병 외에도 갑자기 열이 나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 연락을 주면 간단한 검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은숙 활동지원사는 “매월 정기 진료를 다니지만 병원에서는 진료 시간이 길지 않기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 어려운데 알고 싶었던 것들을 세세하고 편안하게 설명해주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원장이 왕진한 장애인은 전혀 거동할 수 없는 와상 장애인, 발달장애인 부부 등 5명이다.
모두 센터가 운영하는 장애인지원주택에 거주한다.
진료 시간은 한 가구당 30분을 훌쩍 넘겼다. 월 1회 방문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말 첫 진료를 시작했다.
건강주치의는 먼저 최근 건강검진 자료와 복용 중인 약 목록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다음은 당사자, 활동지원사와 상담하고 현재 상태를 전체적으로 살펴 관리계획을 세운다.
왕진 가방 속에는 각종 진료 도구와 진단 시약이 있어 혈액, 소변, 독감, 혈당 검사와 필요하면 주사 치료도 가능하다.
혹시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할 때는 의사소견서, 간호지시서 등 서류 발행도 해준다.
또 자기 관리가 가능하도록 교육, 상담도 한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면 인하대병원에 설치한 장애인보건의료센터,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 전문의에게 연계한다.
무엇보다 집에서 진료해준다는 장점이 크다.
병원에 가려면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데다 장애인을 진료해주는 동네 병원을 찾는 데 한계가 있어 정기 검진만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와상 장애인이나 병원 진료를 힘들어하는 발달장애인에겐 더 의미가 있다.
센터 양한영 사회복지사는 “다들 주 장애와 만성질환이 있어 그와 관련한 병원 진료는 받고 있지만 일상에서 생기는 변화는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평소에 관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건강주치의를 찾았다”며 “인천의원은 방문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반가웠다.
덕분에 지원주택 장애인들이 편의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이 사업을 안내하면 자원봉사 정도로만 여기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의사 생활을 하면서 왕진은 처음 경험해보는데 직접 집을 방문해 진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황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왕진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더 많이 이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